창과 방패 모두 갖춘 ‘일본군’과 미군의 일체화

카지노 : 미국 일본 정상들이 지난 10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의 핵심은 두 나라의 방위(군사) 안보를 일체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중국이며 러시아와 북한 등을 포함한 이른바 북방 삼각동맹일 수도 있다.

ai주식/주식ai : 미국과 일본의 ‘안보 일체화’

안보면에서의 ‘미국 일본 일체화’ 작업은 이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이번의 일체화 작업은 이전과는 다르다. 지금까지는 미군 재편에 따르는 사령부 기능 집약이나 기지의 공동사용,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 등에서 미일 일체화가 진행돼 왔다면, 이번에는 일본 자위대와 미군의 지휘통제 방면까지 제휴하고, 평상시와 유사시(전시)를 불문하고 양국의 작전과 군사력을 통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르다.(<아사히신문> 4월 11일)

그리고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 자세를 한층 더 선명하게 내세웠다는 점에서 예전과 다르다.

이를 두고 미일 관계자들은 미일동맹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쇄신”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은 (미군과 자위대의) 지휘통제의 근대화를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제휴할 수 있도록 상호 운용성을 높였다. 동맹 발족 이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다”라고 강조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 4월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는 이와 관련한 자신의 결단이 세계가 “역사적 전환점(historic turning point)”에 서 있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이코노미스트 4월 9일)

‘방패’뿐이던 자위대, ‘창’도 가진 ‘일본군’으로

이처럼 예전과는 달리 미일 일체화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간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 2022년 말에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과 함께 ‘안보 3문건’으로 불림)이다.그 개정을 통해 일본 자위대는 적 기지 공격(반격) 능력을 갖게 됐다. 그 전까지 일본은 타국에 대한 공격(타격)력, 즉 ‘창’은 미군에 맡기고, 자위대는 자국 방위만 전념(‘전수방위’)하는 ‘방패’ 역할만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미일동맹이 일본도 방패만이 아니라 창도 갖게 됐다는 걸 확인하고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는 자위대가 명실상부한 보통군대, 곧 ‘일본군’이 됐다는 선언으로도 볼 수 있다.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창설 이유

이를 위해 자위대는 내년에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 등을 도입하기로 했고, 미 육군도 올해 안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새로 배치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 일본이 모두 ‘창’을 갖게 되면, 중장거리 미사일 운용에서 양국간 지휘통제 조정 작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자위대가 올해 말에 육해공 자위대를 통합적으로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만들기로 하고, 미군 쪽에서도 요코다 기지의 주일 미군 사령부에 아시아태평양사령부의 지휘통제권 일부를 부여해 독자적인 작전지휘를 어느 정도 허용함으로써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합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런 조정작업의 일환이다.

다중적 다층적 중국 포위망

이 모든 것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미국에겐 잠재적 패권 도전국이며, 일본 지배세력에겐 동아시아 지배권을 둘러싼 경쟁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의 안보 위협국이다.

이미 일본은 중국을 겨냥해 미국과 호주, 인도와 함께 쿼드(QUAD)를 결성했지만, 이는 군사적 색채가 옅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추진을 위한 포괄적 협의체다. 이에 비해 군사적 색채가 더 강한 대중국 조직이 오커스(AUKUS. 호주 영국미국)다. 미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호주를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무장하게 하려는 앵글로색슨계의 이 안보동맹에 일본이 첨단 군사기술 공동개발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는 한국 필리핀 등의 동맹국과 우호국(동지국)들도 참여하게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군사력과 강력한 방위생산능력, 필리핀의 군사 및 기술(반도체), 경제 공급망(‘루손 회랑’)을 아우르는 대중국 포위망, 인도와 동남아까지 포괄하는 ‘다중 포위망’, ‘다층적 네트워크’의 결성이다. 이처럼 미국 일본을 축으로 한 다중적, 다층적 중국 포위망을 결성해 중국과의 대결 자세를 한 단계 더 높인 것이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안보 미국 ‘올인’에 대한 일본 내의 불안과 비판

이처럼 마치 미국에 등 떠밀리듯 미국 주도의 군사적 대중국 다중 포위망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가담하는 기시다 정권에 대해 그것이 안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리스크(위험)를 제대로 파악하고 하는 것이냐는 의문과 우려의 시선들이 일본 내에 있다. 일본 최대의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일본 독자적인 외교가 뒤로 밀린 가운데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의 군사력 강화, 양국 군사력 지휘통제 제휴 강화가 선행하는데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의식한 기시다 총리는 유사시에도 “자위대와 미군은 각기 독립된 지휘계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합된 지휘체제에서 일본 지휘권의 독립성과 주체적 판단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군사력과 기술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닌 미국에 대해 일본 독자의 지휘권, 주권국가적 지위 유지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눈치만 보는 일본 외교”

<아사히>의 단평 칼럼 ‘천성인어’의 4월 12일치 필자는, 벚나무 묘목 250그루 등을 미국방문 선물로 가져간 “기시다 총리의 희색 만면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불안해진다”며, “총리는 일본의 안전보장이 미국과 일체화될 때의 위험성에 대해, (그리고) 동맹 강화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냐”면서, “미국도 호주도 유럽도 중국과의 정상외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본은 잘 못하고 있다. 미국의 눈치만 보는 외교라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중국과 무역 분쟁, 패권 경쟁을 하면서도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서로 실리는 챙기는 정상외교를 유지하고 있는데, 일본은 왜 미국 눈치를 보며 미국 시키는 대로 하면서 대책없이 최대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망치려 하느냐는 걱정이요 비판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기시다 정부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은 그래도 오커스와의 협력 문제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 논의에서 보듯 늘 미국과 주축을 이루고 있고, 중국과 갈등하면서도 두터운 민관 교섭 통로를 유지하고 있다. 무기수출 3원칙을 없애고 미국 등과 의 첨단무기 공동개발, 공동생산, 수출 길을 열고, 주일 미군 함장들의 독점적인 수리 정비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일본 눈치만 보는 한국 외교?

하지만 한국은 그런 일본이나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따라갈 뿐 독자적인 교섭통로조차 날려 버린 채 중국과 실익 없이 갈등과 불신만 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윤 대통령을 수행한 최상목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은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대안 시장,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탈중국’을 선언했다.

지난 8일에도 최상목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중국은 한국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경쟁국일 뿐이다. 첨단 기술과 제조 분야에서 더 치열해질 중국과의 경쟁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대만 침공설이 나돌던 중국을 겨냥한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그리고 역시 중국을 겨냥한 미일 군사협력 강화 정상회담에 마치 맞춘 듯이 한국 고위관리가 ‘탈중국’ 선언을 거듭하는 듯한 행보를 굳이 공개적으로 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설사 그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때를 맞추듯 그것을 공언해서 얻을 이익이 무엇인가. 기시다는 희색이 만면한 채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아서 불안하다고 ‘천성인어’ 필자는 지적했지만, 최 부총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공개해서 불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