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51분 담화, 언론에선 “불통” “원맨쇼” “마이웨이”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의대 증원필요성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언론에서 '불통'으로 비판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2000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의료계를 '카르텔'로 지목하는 데 담화 시간 대부분을 사용하면서 의정 갈등과 의료대란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세 번째 대국민 담화를 했다. 의대 증원 문제에 관한 51분 간의 대국민 담화였다. 기자들의 출입은 통제됐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들만 자리한 브리핑룸에서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규모이자 의료개혁의 필요조건'라는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의사 카르텔'을 비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는 법"이라며 의료계가 근거 없는 숫자를 던지지 말고, '과학적 근거를 갖춘 통일된 안'을 제시한다면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담화 대부분이 '2000명'과 '의사 카르텔'을 거론하는 데 할애되면서 의대 증원 규모 조정 여지가 생겼다는 해석과 '2000명 고수'라는해석이 분분하다. 국민의힘 함운경 마포을 후보는 담화 직후 윤 대통령 탈당 요구에 나섰다. 경향신문은 "(지구를 향해)날아오는 혜성을 보면서 멸종을 예감하는 공룡들의 심정"이라는 한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날 저녁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KBS <뉴스7>인터뷰에서 "2000명이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함 후보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급했다"며 대통령 탈당 요구를 철회했다.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동아일보는 사설 <尹 대국민담화… ‘의대 증원 2000명’ 고수인 건지 아닌 건지>에서 "의대 증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여론이 '증원하되 규모와 시기 조정'으로 돌아선 데는 의료 대란의 우려도 작용했겠지만 전문가들이 제안한 점진적 증원이라는 대안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통령 담화에는 정부 발표 이후 치열하게 전개됐던 사회적 논의 과정에 귀 기울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불통 정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학별 정원 배정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2000명 증원'을 고수한다는 건지 바꿀 수 있다는 건지 헷갈린다"며 "다른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안은 '근거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던진 숫자'라는 식의 경직된 자세로는 대화는커녕 의료계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키워 줄 뿐"이라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의대 증원 2000명’ 앞세워서 난국 풀리겠나>에서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이 적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통령 담화는 아쉬움이 적잖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앞세우는 게 현재의 난국을 푸는 데 무슨 도움이 될 것인지 깊이 성찰했으면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8~29일 한국갤럽이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5%가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고,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 담화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의료계는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한 모든 의제를 열린 자세로 대화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2000명 증원’ 논의 틈 열었지만… 기대 못 미친 대통령 담화>에서 "꽉 닫힌 의정 대화의 문틈을 조금이라도 열어줄 거란 당초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담화에 나선 건 의료 차질 장기화로 국민 불안이 증폭되는 데다 불통 이미지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여당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유화책이라기보다는 기존 강공책을 고수한 담화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충재 전 한국일보 고문은 '이충재의 인사이트'에 게재한 칼럼 <윤 대통령, '뒷북치기'도 못하나>에서 "두 달 가까이 끌어온 '의정갈등'은 물론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R&D 예산 삭감 등 국가적 현안에서 한결같이 되풀이되는 양상"이라고 썼다.

이 전 고문은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주요 현안에 대한 어설픈 늑장 대응은 참모진의 잘못된 보좌도 원인이지만 대통령의 독선적 태도가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며 "검찰총장에서 대선 승리까지 예상치 못한 성과를 내면서 과도하게 자신감에 취해 오만해진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주변의 조언보다는 자신의 판단이 늘 옳다는 착각이 집권 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김민아 칼럼니스트는 칼럼 <51분간의 ‘윤석열 원맨쇼’가 알려준 것들>에서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뒀지만, 방점은 '2000명 고수' 쪽에 찍혔다고 봐야 한다"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없는 '원맨쇼'는 윤 대통령의 통치·소통 방식을 드러내는 '쇼케이스'였다"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의 통치·소통 방식을 우이독경, 일방통행, 견강부회, 군왕무치 등의 사자성어로 분석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경향신문은 사설 <국정·개혁 다 잘했다는 윤 대통령 담화, 시민 울화만 키웠다>에서 "의료대란 해법은 없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 기조만 재확인한 담화였다"고 평가했다.경향신문은 "담화에서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등 불통식 국정운영에 대해 전혀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화물연대 파업 강경 대응, 건폭몰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3자 변제, 원전 확대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을 들며 정부가 다 잘해왔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총선 민심이 사납다보니 여당에서 윤 대통령 탈당론까지 나오지만, 정작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성찰도 갈등조정도 안 보인 ‘마이웨이’ 대통령 담화>에서 "51분 동안 읽은 담화문에서 윤 대통령은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 성찰과 변화의 메시지는 들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부안 전면 철회와 ‘백지’ 논의를 요구하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의사들의 행동은 도를 넘은 것이다. 국민도 모르지 않는다"며 "그러나 대통령도 답답해 보이기는 오십보백보"라고 했다. 또 한겨레는 "국정현안은 의대 증원 말고도 많다. 대책 없이 치솟는 물가를 비롯한 민생고, 이종섭 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임명과 사퇴 등 대통령이 직접 답변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이로 인해 총선 패배 위기감이 높아진 여당에선 연일 대통령이 무릎이라도 꿇어야 한다며 아우성친다. 그런데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실 “2000명에 매몰 안 될 것”, 이를 대화 출발점으로>에서 "그동안 숫자에 너무 집착해온 정부도 문제지만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는 의사들 책임도 있다"며 "대통령과 성 실장 발언을 출발점으로, 의료계도 대화 창구를 마련하고 조율된 대안을 내놓는 등 파국을 막을 노력을 해야 한다. 양쪽 다 양보를 패배로 여기는 생각부터 바꿨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대통령의 절박한 호소, 의사단체 외면 말아야>에서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 현장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이 원칙만 강조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고뇌가 담겼다고 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담화는 ‘정권퇴진’이나 ‘낙선운동’을 입에 올리며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의사단체에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는 개혁 정책의 일관된 추진’이라는 원칙 아래 의사단체 역시 책임 있는 자세로 대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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