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에 빛과 바람을 들이는 날 [포토IN]

재원 : 왕의 집무실에서 왕비의 처소까지 바람이 통하던 날. 3월15일 창덕궁 궁궐 곳곳에 봄볕이 스며든다. 희정당 현관문 앞에 선 사람들은 대조전 행랑채까지 막힘 없이 뚫린 풍경을 한눈에 담는다. 희정당 현관문에서 대조전 행랑채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100m 떨어져 있다. 이 사이 모든 창과 문이 열린 채 바람과 햇살이 드나들었다.

주식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3월12일부터 3월16일까지 궁궐 건물의 창과 문을 개방하는 ‘창덕궁 빛, 바람 들이기’ 행사를 진행했다. 평소에도 일부 구간에 한해 창과 문을 일상적으로 개폐해 관리하고 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희정당, 대조전, 낙선재, 궐내각사의 창과 문을 동시에 전면 개방했다. 평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던 희정당에서 대조전을 잇는 복도 구간과 대조전 행랑채도 개방해 실내 공간까지 살펴볼 수 있다. 희정당은 왕의 집무실과 접견실로 쓰였고, 대조전은 창덕궁의 정식 침전이자 왕비의 생활공간이었다. 두 곳 모두 일제강점기인 1917년 화재로 소실되었다. 1920년에 각각 경복궁의 강녕전과 교태전을 옮겨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서구의 양식이 더해져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물이 되었다.

“집이 그렇듯 궁궐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죽어가는 공간이 되는데요. 평상시 문화재 보존·유지보수뿐만 아니라, 창과 문을 열고 정기적으로 바람과 햇빛을 들여 고건물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김진숙 창덕궁 활용 프로그램 담당이 말했다.

봄바람에 내부의 묵은 먼지가 날아간다.

기자명박미소 기자다른기사 보기 [email protected]#창덕궁#문화재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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