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지역구] 나라 거덜낸 관료들이 배지 달겠다고?

ai 투자 : 윤석열 정부는 집권 2년 만에 속된 말로 '나라를 말아먹었다'고 할 만큼 우리 경제를 파탄 지경에 몰아넣었다. 나라 경제의 종합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은 집권 이후 해마다 반토막으로 떨어져 지난해 1.4%까지 추락했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뒤졌다. 세계 5위까지 올라섰던 무역수지 국가 순위는 윤 정부 첫해 197위로 떨어졌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200위까지 추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선정한 208개국 중 순위이니, 그야말로 세계 최상위권이었던 나라가 단숨에 꼴찌권의 나락으로 떨어진 꼴이다. 철지난 '낙수 효과'를 되뇌며 부자감세를 고집하다 임기 첫해 10조 원, 이듬해는 60조 원의 천문학적 '세수 펑크'를 냈고 올해에도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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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라 곳간을 거덜 내고 우리 경제의 국제 위상을 추락시킨 책임을 묻자면 우리나라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를 맨 앞에 꼽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기재부가 경제 부처의 선임이라서가 아니다. 야권은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라고 비난하지만, 경제는 기재부 독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과 예산에 대한 전권을 쥐고 모든 부처와 심지어 국회까지 쥐락펴락했다. 이런 위세가 바탕이 됐는지 이번 22대 총선에는 기재부 고위 관료 출신이 9명이나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직전 21대 국회의 4명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이들 중 특히 경제폭망의 책임을 져야할 후보들의 행적과 현재 상황을 알아본다.

검찰권력 못지 않은 '경제독재' 자행한 추경호

대구광역시 달성의 국민의힘 후보추경호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20대와 21대 국회재선 현직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그는 윤석열 정부 실세임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18일 그를 단수 공천자로 발표했다. 이날 공관위는 12명의 단수 후보를 발표했지만, 대구 지역구 중에서는 추 후보자와 윤재옥 원내대표 단 두 명이었다. 추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겸직하느라 여의도를 떠나 있으면서도 공관위 활동 첫머리에 경쟁 없이 후보로 확정되는 위력을 당 안팎에 확인시켰다. 대구 달성이라는 지역 특성상 국민의힘 공천은 거의 최종 당선을 의미한다.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박형룡 후보와는 21대에 이어 리턴매치이지만, 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도 27%를 얻는 데 그쳤다. 이런 형편을 반영하듯 대구 달성에 대해서는 흔한 여론조사 한번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승패가 이미 기울었다는 평가 때문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거칠게 없는 상황이다.

추경호는 경제 관료로서도 거침이 없었다. 경제부처가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두 축을 형성해 '경쟁'하던 시절, 그는 기획원 출신이지만 통합 재정경제부의 은행과장에 이어 금융정책과장으로 기용됐다. 급기야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국장 자리도 기획원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꿰찼다. 당시 재무부 출신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재부 1차관에 이어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추 후보의 정치행로에는 '경제파탄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4월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임명됐고,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 정부에서 그가 '경제 대권'을 거머쥐게 된 것은 경제관료로서 승승장구의 연장선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추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물가안정'을 외쳤지만 취임 첫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에 달했고, 이듬해에도 3.6%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이전 10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를 넘지 않았고, 1%대 또는 그 이하인 해도 많았다. 특히 무리하게 밀어부친 '부자감세'는 당장의 세수 부족을 초래한 데서 그치지 않고 파장이 길게 드리울 전망이다.

"빚내서 집사라" 최경환, 무소속이지만 당선권

경북 경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지역구에서만 4선 국회의원이다. 행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에서 시작한 그의 공무원 첫 단계는 예산청 법무담당관, 즉 과장급으로 마쳤다. 이후 잠시 언론계에 몸담았다가 2002년 이회창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경산시·청도군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18~20대까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돼 내리 4선 국회의원이 됐다. 대표적인 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는 '친화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형을 받고 복역했다.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 특별사면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서울중앙지검 윤석열 검사장과 한동훈 3차장에 의해 감옥에 갔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된 그들에게서 사면을 받은 기이한 인연을 갖고 있다.

최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폭망에 대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가 2014년 경제부총리가 되어 시행한 경기부양책, 이른바 '초이노믹스'는 한마디로 하면 '빚내서 집사라'였다. 담보인정비율(LTV : Loan to Value Ratio)과총부채상환비율(DTI : Debt to Income)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풀어 내수를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결과는 시행 1년 5개월 만에 가계부채를 1035조 원에서 1200조 원으로 무려 170조 원이나 급증하게 만들었다. 국가채무도 490조 원에서 595조 원 규모로 불어났다.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고 수출도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출을 풀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전체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그의 과도한 집착이 국가 경제 전체에 큰 부담만 키웠다. 부자감세로 경기진작을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경제실패의 원조인 셈이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경산 선거구는 어찌 될까? 국민의힘 절대 우세인 대구·경북(TK) 지역임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 지역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최경환 후보의 지지도는 42.4%로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33.8%)를 8.6%p 차로 앞섰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최 후보가 51.3%로 조 후보(32.2%)보다 19.1%나 크게 우세했다. 불과 5일 전인 22일과 23일 진행된 KBS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1%의 초접전 양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특이한 양상이다. 특히 이 지역의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 57.7%, 더불어민주당 16.1%, 개혁신당 6%, 조국혁신당 4.8% 등으로 나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60% 가까운 정당 지지도를 후보 개인 경쟁력으로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TK지역에서도 국민의힘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현지의 분석도 나온다.

"장관 자리가 스펙쌓기용이냐" 비난 자초한 방문규

경기도 수원시병에 출마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형적인 직업 경제관료 유형이다. 대학 4학년 재학 중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이 된 이후 이번 총선 출마로 정계 입문하기까지 보수와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중용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 이명박 정부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 박근혜 정부 예산실장, 보건복지부 차관, 문재인 정부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무조정실장과 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산업부 장관에 임명된 그에게 국민의힘은 12월 총선 출마를 요청했고, 그는 이를 수용했다. 아무리 영혼 없는 공무원의 운명이라지만 임기를 석 달도 채우지 않고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내던진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다.특히 멀쩡한 경제 지표를 찾기 어려울 만치 상황이 어려운 때 실물경제 주무부처 장관의 초단명 퇴임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이 때문에 방문규 장관의 임명 자체가 총선 출마용 스펙 쌓기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총선 차출을 위해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는 헌신짝처럼 내던졌다는 비판도 방 후보와 윤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처럼 무리한 정계 입문과 총선 출마에도 불구하고, 방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대와 21대 총선에서 이 선거구에서 연거푸 당선된 김영진 현역 의원이다. 김 의원은 21대에 이어 이번에도 단수 공천을 받은 저력을 보였다. 여론조사 결과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뉴스1이 의뢰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영진 후보의 지지도는 50.0%, 방문규 후보는 34.0%로 나타났다. 3월 31일 중부일보가 의뢰해 ㈜데일리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영진 51.1%, 방문규 41.5%가 나왔다. 특히 이 조사에서 비례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연합 20.7%, 국민의미래 33.2%, 조국혁신당 23.8%로 나온 점을 눈길을 끈다. 조국혁신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점을 감안하면 지역구 후보 선택에서 국민의힘이 상황을 뒤집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정부 경제폭주에 동조한 송언석

경북 김천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는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다. 신고한 재산이 58억 원이 넘는 금수저 공무원이다. 기록 착오라고는 해도 출생 전부터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을 정도로 부유했다. 추경호 대구 달성 후보자(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국민의힘 내 경제관료 출신 경제통, 금융통, 재정정책통 국회의원으로 손꼽힌다. 2020년 7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3차 추경안에 대해 류성걸, 추경호 의원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2021년에는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사무처 당직자를 폭행한 사건으로 징계가 예정되자 자진 탈당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과격한 성품이기도 하다. 2022년 3월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통령직인수위로 가면서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한부모 가족 지원금 관련해서는 기재부 차관 시절과 국회의원이 된 이후 정면으로 뒤집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이던 2016년에는 "취업 여성의 출산·보육에 대한 지원이 저출산 및 여성경력단절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국회의원이 된 송 후보는 "한부모 가정의 어려운 환경과 상황엔 동의하지만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의 오랜 인연으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패착에 송언석 후보도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서 사안마다 기재부의 부자감세 등의 무리수를 묵인을 넘어 조장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사례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다. 지난해 10월말 국회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R&D가 국가 경쟁력이나 성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 등에 기여를 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며 "질적인 수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니콘 기업을 엄청 많이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삭감 쪽으로 방향을 잡은 사항이어서 송 의원이 역성을 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과학기술계는 송 후보가 R&D의 중요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자질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김천 지역구에서 송 후보의 3선 도전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난 2월 3~4일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송언석 후보의 지지도는 41.4%였고, 상대인 민주당 황태성 후보는 7.5%에 그쳤다. 정당지지도(민주당 14.5%, 국민의힘 69.1%)보다 후보간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이다. 송 의원의 재당선 여부 묻는 항목에도 재당선 희망이 47.5%로 새인물 교체 45.2%보다 미세하지만 더 높았다.

문정부 막판 민심이반 막을 기회 놓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나선 기재부 출신은 2명이다. 광주광역시 동구 남구을의 안도걸 전 기재부 2차관과 광주 서구 갑의 조인철 전 기재부 국장이다. 두 후보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중앙부처 공무원직을 내놓고 광주광역시로 옮겨 정계 입문했고, 현역 국회의원과의 경선을 거쳐 후보로 공천됐다.

안도걸 광주 동남을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예산통이다. 2019년부터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을 역임하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추경예산 편성을 주도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직에서 물러나 강기정 광주시장의 재정경제자문역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동남을 출마를 선언하고 현역인 이병훈 의원을 경선에서 이기고 후보로 확정됐다. 국민의힘 이외에 진보당, 개혁신당도 후보를 냈지만 변수는 무소속 김성환 전 동구청장이다. 그는 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 이외의 정당 후보들은 미미한 수준이고, 김성환 후보도 여러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4월 2일 발표된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안도걸 56%, 무소속 김성환 20%였고, 나머지는 1~8% 수준이었다. 당선 가능성은 더 벌어져서 안 후보 72%이고 김 후보는 10%에 그쳤다.

조인철 광주 서구갑 후보는 기재부의 예산실에서 국장 승진해 농림축산식품부로 이동 배치됐다가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문화경제부시장으로 영입됐다. 이 선거구에서는 3선 도전에 나선 송갑석 의원이 유력하다는 예상을 깨고 조인철 후보가 경선에서 이겼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 서구갑에는 막판에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가 후보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출마한 기재부 출신 두 후보는 문재인 정부 때 정치권으로 전환했으니 윤석열 정부의 민생파탄과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문 정부 막판 민심 이반을 촉발했던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의 4차 코로나 국민지원금 보편 지급 거부 당시 기재부 고위직에 재직 중이었던 이들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